@Joonmook
개발자라는 직업은 언제 사라질까
지난 글에서 9월 한 달 동안 주력 AI 모델이 세 번 바뀌었고, 그 간격이 19일에서 8일로 줄었다고 썼다. 그 글을 쓰고 나니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이 따라왔다. 이 속도면 개발자라는 직업은 언제 사라질까.
정답을 아는 척하고 싶지는 않다. 대신 지금 보이는 숫자와, 혼자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느끼는 것을 같이 놓고 내 나름의 답을 적어본다.
숫자로 보면
AI가 코드를 쓰는 비율은 이미 높다.
- Google의 새 코드 중 75%가 AI가 생성하고 엔지니어가 승인한 코드다. 순다르 피차이가 올해 4월 Cloud Next에서 한 말이다.
- Anthropic은 2월에 공개 GitHub 커밋의 약 4%를 Claude Code가 작성한다고 밝혔다.
- Stack Overflow 2025 설문에서 개발자 84%가 AI 도구를 쓰거나 쓸 계획이라고 답했다.
채용 쪽 숫자는 더 차갑다. 미국 일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채용 공고는 2020년 2월보다 절반 가까이 줄었다는 집계가 있고, Indeed Hiring Lab 자료로는 주니어 직함 공고가 34% 줄어드는 동안 시니어는 19% 줄었다. 줄어든 건 주로 아래쪽이다.
그런데 반대 방향 숫자도 있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은 2024~2034년 소프트웨어 개발자 고용이 15% 늘 거라고 전망한다. 개발자 46%는 AI 결과물의 정확성을 믿지 않는다고 답했고(2024년 31%에서 늘었다), METR의 실험에서는 숙련 개발자가 AI 도구를 쓸 때 오히려 19% 느려졌는데 본인들은 빨라졌다고 믿었다. 2025년 초 도구 기준이라 지금은 다를 수 있지만, "AI가 쓰면 끝"이라는 그림이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다는 건 보여준다.

"사라진다"를 두 가지로 나눠야 한다
직업이 사라지는 방식은 두 가지다. 전화 교환원처럼 하는 일 자체가 필요 없어져서 직업명까지 없어지는 경우가 있고, 회계사처럼 하던 일의 대부분은 기계가 가져갔는데 직업은 남아서 일의 내용이 바뀌는 경우가 있다. 스프레드시트가 나왔을 때 장부 계산하는 일은 사라졌지만 회계사는 사라지지 않았다.
개발자에게 이 질문을 하면 대답이 갈린다. "명세를 받아서 코드로 옮기는 사람"으로서의 개발자는 지금 사라지는 중이다. 이건 미래 얘기가 아니라 이미 벌어지고 있다. 나도 요즘 코드를 직접 치는 시간보다, 무엇을 만들지 설명하고 나온 결과를 읽고 고치는 시간이 훨씬 길다.
그럼 뭐가 남나
혼자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AI에게 넘기기 어렵다고 느끼는 일은 대체로 이런 것들이다.
- 무엇을 만들지 정하는 일. 사용자가 원하는 것과 사용자가 말하는 것은 자주 다르다. 그 차이를 알아채는 건 코드 바깥의 일이다.
- 틀렸을 때 책임지는 일. 배포가 잘못돼서 사용자 데이터가 날아가면, 그 코드를 누가 썼든 사과하고 복구하는 건 나다. 책임은 위임이 안 된다.
- 운영의 맥락. 지난번 배포 스크립트 글에 쓴 안전장치들은 전부 한 번씩 데인 뒤에 넣은 것이다. 어떤 실수가 실제로 일어나는지는 그 시스템을 오래 굴린 사람이 안다.
물론 이것들도 AI가 점점 잘하게 될 것이다. 다만 이건 "코드를 잘 쓰는 능력"이 아니라 "결정하고 책임지는 위치"에 가깝다. 소프트웨어가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한, 그 소프트웨어가 이상하게 굴 때 사람이 따질 상대도 결국 사람이다.

진짜 문제는 사다리다
내가 더 걱정하는 건 직업이 사라지는 날이 아니라 사다리가 사라지는 것이다. 위 숫자에서 줄어드는 건 주니어 자리였다. 주니어가 하던 단순한 구현과 버그 수정을 AI가 하면 회사는 주니어를 덜 뽑는다. 그런데 시니어는 주니어 시절을 거쳐서 만들어진다. 데여본 경험, 새벽에 장애를 잡아본 경험은 책으로 안 생긴다.
지금의 시니어가 은퇴할 즈음, 그 자리를 채울 사람은 어디서 경험을 쌓았을까. 이 질문에 아직 업계가 답을 못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언제냐면
내 답은 이렇다.
- 코드를 직접 타이핑하는 직업으로서의 개발자는 몇 년 안에 대부분 끝날 것 같다. 이미 절반쯤 왔다.
- 소프트웨어로 문제를 풀고 그 결과에 책임지는 사람으로서의 개발자는 꽤 오래 남을 것 같다. 이름은 바뀔 수 있다. 다만 지금보다 적은 수의 사람이 훨씬 많은 소프트웨어를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
날짜를 찍으라면 못 찍겠다. 9월에만 모델이 세 번 바뀌는 걸 보고 몇 년 뒤를 장담하는 건 솔직하지 않다.
혼자 개발하는 입장에서 하는 것
그래서 요즘 의식적으로 하는 건 두 가지다. 하나는 AI가 쓴 코드를 "돌아가니까 됐다"로 넘기지 않고, 내가 설명할 수 있을 때까지 읽는 것. 책임을 지려면 이해해야 한다. 다른 하나는 코드보다 사용자 쪽에 시간을 더 쓰는 것. 사용자가 실제로 어떻게 쓰는지, 어디서 막히는지를 아는 건 아직 내가 AI보다 확실히 잘하는 몇 안 되는 일이다.
개발자라는 직업이 사라지는 날을 기다리기보다, 내가 하는 일 중에 어떤 부분이 이미 사라졌는지를 솔직하게 인정하는 게 더 쓸모 있는 질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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