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든 지 16일 된 사이트가 구글에서 사라졌다
9월 28일에 A4 양식 사이트를 하나 열었다. 이력서, 사직서, 근로계약서, 견적서 같은 서류를 브라우저에서 바로 채우고 인쇄하거나 한글·워드·엑셀 파일로 받아 가는 사이트다. 회원가입도 없고 돈도 안 받는다. 양식 하나 받으려고 가입하고, 광고 창 닫고, 포인트 쓰는 게 싫어서 만들었다.
2주쯤 지나니 구글에서 사람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10월 14일 오후 4시, 구글 유입이 0이 됐다. 지금은 사이트 이름으로 검색해도 안 나온다.
숫자로 보면
자체 통계에 시간대별 구글 유입이 남아 있다.
- 10월 14일 13시 17명, 14시 12명, 15시 5명
- 16시부터 0명. 그 뒤로는 하루 0~3명
서치 콘솔도 같은 그림이다.
- 10월 11~17일: 클릭 392, 노출 9,250, 평균 순위 9.6위
- 10월 15~19일: 클릭 7, 노출 427, 평균 순위 62위
페이지가 하나씩 밀려난 게 아니다. 한 시간 안에 사이트 전체가 9위대에서 60위 밖으로 내려갔다. 페이지 단위가 아니라 사이트 단위로 판정이 바뀐 모양이다.
기술 문제는 없었다
제일 먼저 내 실수를 찾았다. robots.txt, noindex, canonical, 리디렉션, 서버 응답을 다 봤다. 구글봇 User-Agent로 요청해도 정상이었다. 서치 콘솔의 직접 조치(수동 조치)는 "감지된 문제 없음"이고, 보안 문제도 삭제 요청도 없었다.
고칠 게 없는데 사이트가 사라졌다. 구글은 이유를 알려 주지 않는다. 자동 판정이라 재검토를 요청할 창구도 없다.
그래도 짐작 가는 건 있다
git 기록을 보면 답이 거의 나온다. 10월 13~14일 이틀 동안 페이지를 198개에서 918개로 늘렸다. 한국어 175개, 일본어 228개, 영어 317개를 새로 올렸고, 사이트맵과 IndexNow로 한꺼번에 알렸다. 그 배포 몇 시간 뒤에 유입이 끊겼다. 도메인을 만든 지 16일째였다.
내 입장에선 사람들이 쓸 양식을 더 만든 거다. 실제로 쓰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구글 눈에는 "만든 지 2주 된 도메인이 이틀 만에 같은 틀로 찍은 페이지를 수백 개 쏟아냈다"로 보였을 거다. 구글 스팸 정책에서 말하는 대량 생성 콘텐츠(scaled content abuse)와 겉모습이 같다. 마침 9월 24일부터 10월 8일까지 스팸 업데이트도 있었다.
억울하다. 그래도 내가 구글이었어도 비슷하게 판단했을 것 같다. 양식 사이트는 원래 비슷한 페이지가 많을 수밖에 없고, 거기에 속도까지 붙었다.
해 본 것
- 일본어·영어 판 543쪽을 검색 제외(noindex)하고 사이트맵에서 뺐다.
- 찾는 사람이 거의 없던 인쇄물·기록표를 더 뺐다.
- 첫 화면에서 "370종" 같은 숫자 자랑을 지웠다.
일주일을 기다려도 달라진 건 없었다. 구글 설명대로라면 이런 자동 강등은 정책을 지키는 상태가 몇 달 이어져야 풀린다. 언제 풀릴지, 풀리기는 할지 모른다.
구글이 없어도 사람은 온다
10월 17~23일 일주일 동안 양식 조회가 어디서 들어왔는지 세어 보면 이렇다.
- 직접 접속 519
- 빙 188
- 네이버 9
- 구글 7
조회 대비 내보내기(인쇄·파일 받기)는 46% 정도였다. 열어 본 양식 두 번 중 한 번꼴로 실제로 받아 간 셈이다. 검색 순위는 사라졌지만 쓸모까지 사라진 건 아니었다.
배운 것
- 새 도메인에 페이지를 한꺼번에 올리지 말 것. 페이지를 많이 만들 수 있게 됐다고 한 번에 올리면 안 된다. 하루에 몇 개씩, 몇 주에 걸쳐 올렸어야 했다.
- 검색 유입 하나에 기대지 말 것. 구글은 아무 설명 없이 하루 만에 유입을 0으로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이의를 제기할 곳도 없다.
- 로그를 남겨 둘 것. 시간대별 유입과 git 기록이 없었으면 원인을 짐작도 못 했을 거다.
사이트는 그대로 둔다. 구글 순위는 포기했고, 빙과 직접 찾아오는 사람들을 위해 계속 열어 둔다. 회복되면 다시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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